굴포천 생태하천 복원사업 현장(사진제공: 인천시)


과거 산업화 시대의 오명을 쓰고 '죽음의 하천'이라 불리던 굴포천이 수도권 서부의 핵심 생태축으로 거듭나고 있다. 인천 부평구에서 시작해 부천시를 거쳐 한강 아라뱃길로 합류하는 굴포천은 최근 대대적인 생태하천 복원 사업을 통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고 있다. 하지만 상류(인천)와 하류(부천)의 유기적인 수질 관리와 생태계 연결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 인천 부평,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숨결을 불어넣다

​인천시는 부평구청에서 부평1동 행정복지센터에 이르는 약 1.2km 구간의 복개 주차장을 철거하고 생태하천으로 복원하는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해왔다. 과거 도심 주차난 해소를 위해 하천을 덮었던 콘크리트를 걷어내자, 그 아래 갇혀 있던 물길이 다시 햇빛을 보게 된 것이다.

​현재 해당 구간은 하천의 치수 안전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생태 관찰 탐방로와 징검다리 등 주민 친수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인천시는 이를 통해 도심 열섬 현상을 완화하고 미세먼지를 저감하는 등 기후 변화 대응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굴포천 상류의 수질 개선을 위해 하수 관거 정비와 비점오염원 저감 시설 설치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 부천 굴포천 현황: "시민의 강이자 생태 통로, 그러나..."

​인천을 지나 부천으로 유입되는 굴포천 구간(오정동, 대장동 일원)은 이미 많은 부천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휴식처로 자리 잡았다. 부천시는 굴포천을 따라 조성된 자전거 도로와 산책로를 정비하고, 계절마다 피어나는 야생화 단지를 조성하여 '걷고 싶은 하천'을 만드는 데 주력해왔다.

​현재 부천 굴포천 구간의 주요 현황은 다음과 같다.

​친수 인프라 구축: 부천 둘레길 및 아라뱃길과 연결되는 자전거 도로는 수도권 라이더들의 주요 코스로 활용되고 있으며, 하천 둔치 곳곳에 주민 쉼터가 조성되어 있다.

​생태계 변화: 수질이 점차 개선되면서 왜가리, 흰뺨검둥오리 등 철새들이 찾아오는 빈도가 늘고 있으며, 하천변 습지 생태계가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3기 신도시(대장지구)와의 연계: 부천 대장지구 개발과 맞물려 굴포천 주변은 단순한 하천을 넘어 신도시의 핵심 수변 공원으로 재편될 예정이다.

​하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부천 구간은 지리적으로 하류에 위치해 있어, 상류인 인천 구간의 수질 관리가 미흡할 경우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갈수기나 여름철 폭염 시 발생하는 녹조와 악취 문제는 부천시 자체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다.

​ "물길에는 경계가 없다"... 지자체 간 협력 필수

​굴포천이 진정한 명품 생태하천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인천과 부천의 행정 경계를 허무는 협력이 필수적이다. 지난 2016년 굴포천이 국가하천으로 승격되면서 체계적인 관리의 발판은 마련되었으나, 세부적인 수질 관리와 생태 모니터링에 있어서는 여전히 지자체 간의 엇박자가 발생하곤 한다.

​환경 전문가들은 "인천의 복원 사업이 '하드웨어(시설)' 중심이라면, 부천은 이를 받아내는 '소프트웨어(수질 유지 및 생태 관리)'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상류의 오염원이 하류로 흘러들지 않도록 인천시의 철저한 오염원 관리와, 부천시의 지속적인 모니터링 데이터 공유가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통합 거버넌스 구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도심 속 물길은 단순한 배수로가 아니다. 인천에서 시작된 맑은 물이 부천을 지나 한강으로 흐를 때, 굴포천은 비로소 300만 수도권 서부 시민의 진정한 '생태 젖줄'로 완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