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도 알게 모르게 플라스틱을 먹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현대인이 매주 약 5g, 신용카드 한 장 분량의 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과장이 아니라 과학적 추정치다. 물을 마시고, 음식을 먹고, 숨을 쉬는 일상 그 자체가 이미 미세플라스틱 노출의 경로가 됐다.

미세플라스틱은 지름 5mm 이하의 미세한 플라스틱 입자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를 부정할 수는 없다. 세탁 과정에서 떨어지는 합성섬유, 자동차 타이어가 마모되며 발생하는 분진, 햇빛과 마찰로 잘게 부서진 플라스틱 쓰레기가 주요 발생원이다. 이 입자들은 하수처리장을 거쳐도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채 강과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결국 물과 먹이사슬을 따라 인간의 식탁으로 돌아온다.

이미 현실은 분명하다. 생수병과 수돗물은 물론, 소금과 해산물, 꿀과 맥주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끊임없이 보고되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플라스틱과 ‘열’의 결합이다. 플라스틱 용기에 뜨거운 음식을 담거나 전자레인지에 넣는 순간, 미세플라스틱과 화학물질의 이동은 급격히 증가한다.

국내 연구진 역시 경고를 보내고 있다. 인천대학교 연구팀은 한국인이 연간 약 9만 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를 섭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이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명백한 건강 이슈다.

실제로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는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체내에 축적된 미세플라스틱이 염증 반응을 유발할 수 있으며, 플라스틱 제조 과정에서 사용되는 첨가제가 내분비계 교란과 호르몬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보고도 잇따르고 있다. 2022년에는 인간의 혈액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처음 검출됐고, 이후 폐 조직과 태반에서도 발견됐다는 연구가 발표되며 사회적 충격을 안겼다.

이제 질문은 분명하다.
우리는 왜 플라스틱을 먹으며 살아가게 되었는가.

문제의 책임을 개인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 물론 텀블러 사용, 일회용품 줄이기, 배달 음식 용기를 유리나 스테인리스 용기로 옮겨 담는 생활 속 실천은 분명 도움이 된다.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할 경우에도 PP, PE 등 비교적 안전한 재질을 선택하고 고온 노출을 피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생산 구조의 변화에 있다. 플라스틱 사용 총량을 줄이고, 재활용이 아닌 ‘재사용’을 중심에 둔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미세플라스틱 발생 자체를 최소화하는 소재 개발과 산업 전반의 책임 있는 설계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환경부를 비롯한 정부도 미세플라스틱 저감 대책을 추진 중이지만, 이 문제는 이미 국가 경계를 넘은 전 지구적 위기다. 우리가 무심코 쓰고 버린 플라스틱은 결국 다시 우리 몸속으로 돌아온다. 이는 환경의 비용이자, 사회가 외면해온 구조적 선택의 결과다.

지금 행동하지 않는다면, 다음 세대는 더 많은 플라스틱을 먹으며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미세플라스틱은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오늘, 우리의 혈관과 식탁 속에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