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환경투데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 전기요금이 오른다"는 우려가 에너지 전환 논의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과연 이 주장은 사실일까? 석탄화력발전을 줄이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경우 전기요금에 미치는 영향을 발전단가 현황과 탄소비용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현재 발전단가, 석탄이 여전히 저렴한가?
2024년 11월 기준 한국전력거래소 정산단가를 보면, 태양광 145.8원/kWh, 풍력 136원/kWh로 원자력 78원/kWh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석탄화력 발전단가는 164.2원으로 태양광·풍력보다 높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이 수치에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RPS) 이행비용정산금이 포함되지 않았다. 2023년 한전이 부담한 RPS 관련 비용 4조원을 태양광·풍력 정산단가에 반영하면 가격이 석탄 이상으로 급증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로서는 순수 발전단가만 놓고 보면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보다 비싼 것이 사실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재생에너지의 균등화발전비용(LCOE)은 태양광 96.6달러/MWh, 육상풍력 113.3달러/MWh, 해상풍력 161달러/MWh로 석탄 75.6달러, 가스 86.8달러보다 높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용은 주요국 중에서도 가장 비싼 축에 속한다.
글로벌 추세는 정반대: 재생에너지가 더 싸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는 이야기가 다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태양광·육상풍력 발전단가는 각각 45달러/MWh, 43달러/MWh로 신규 석탄(71달러)과 가스(78달러) 발전단가의 60% 수준까지 하락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2024년 자료는 더욱 놀랍다. 2023년 전 세계 재생에너지 LCOE가 2022년 대비 태양광 12%, 육상풍력 3%, 해상풍력 7% 감소했으며, 집광형 태양열발전(CSP)을 제외한 모든 재생에너지원의 LCOE가 화석연료보다 낮게 나타났다. 태양광의 경우 2010년 0.460달러/kWh에서 2023년 0.048달러/kWh로 13년간 약 90% 하락했다.
엠버(Ember)의 2025 글로벌 전력 리뷰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청정전원 비중이 40.9%로 사상 최초로 40%를 넘어섰다. 태양광은 단 3년 만에 발전량을 두 배로 늘렸으며, 2024년 폭염으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분 대부분을 재생에너지가 충족하면서 화석연료 발전 증가는 1.4%에 그쳤다.
한국만 왜 비싼가?
에너지경제연구원 2021년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태양광 설비 비용은 해외 주요국보다 10% 높다. 주요 기자재, 설치, 시공 비용은 주요국 평균보다 18% 낮지만, 이윤·금융비용·인허가 등 간접비용이 68% 더 들어간다.
2024년 IRENA 자료를 보면, 태양광 LCOE가 가장 낮은 국가는 인도·중국·호주로 중간값이 34~49달러/MWh인 반면, 한국은 111달러/MWh로 조사국 중 최고 수준이다. 육상풍력도 중국·브라질·칠레는 33~46달러/MWh인데 한국은 120달러/MWh에 달한다.
단기 vs 중장기: 전환 시기의 이중성
재생에너지 확대가 전기요금에 미치는 영향은 시기에 따라 다르다.
단기적으로는 상승 압력이 불가피하다. 재생에너지 설비 초기 투자비용, 기존 화력발전 설비의 조기 폐쇄로 인한 좌초자산, 전력망 안정화를 위한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송전망 확충 등 추가 인프라 비용이 발생한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간헐성 문제 해결을 위해 대규모 ESS와 백업 설비 구축이 필요하며, 이는 장기적으로 전기요금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하락 가능성이 크다.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연료비가 거의 들지 않으며, 화석연료 가격 변동성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컨설팅회사 우드 매킨지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재생에너지 비용이 2030년까지 석탄화력발전보다 23% 저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탄소비용 포함하면 그림이 바뀐다
현재 발전단가 비교에는 중요한 비용이 빠져 있다. 바로 탄소배출 비용이다.
환경부는 2026년부터 기업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율을 확대한다. 2026년 15%로 시작하여 2027년 20%를 거쳐 2030년 50%로 확대됩니다. 예를 들어 연간 1,000만 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석탄발전소는 그동안 100만 톤어치 배출권만 유료 구매했지만, 2030년에는 배출량 절반인 500만 톤을 돈 내고 사야 한다.
한국의 탄소배출권 가격은 2024년 기준 톤당 8,000~9,000원으로 EU 97,300원, 영국 79,240원, 미국 캘리포니아주 40,300원에 비해 턱없이 낮다. 그러나 유상할당 확대로 배출권 가격이 정상화되면 석탄화력발전의 실질 비용은 급증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철강·시멘트·비료·알루미늄·전기 등 에너지 집약 산업이 EU 수출 시 탄소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에너지 집약 산업이 많은 한국에서는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의 경쟁력이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
송전망과 계통 안정성, 숨은 비용
재생에너지 확대의 또 다른 과제는 송전망 확충이다. 태양광·풍력 발전은 주로 남해안이나 제주 등 인구가 적은 지역에 설치되는데, 전력 소비가 많은 수도권으로 전력을 보내려면 송전망 확충이 필수다. 그러나 지역 주민 반대로 송전망 건설이 지연되고 있다. 최근 한전이 하남시를 상대로 동서울변전소 증설 불허 처분에 행정심판을 청구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불안정성) 문제도 비용을 발생시킨다.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변하므로 계통 주파수 유지와 전력 공급 안정성을 위해 ESS, 양수발전소 등 백업 설비 구축이 필요하다. 낮 시간 과잉 발전으로 인한 덕 커브(Duck Curve) 문제는 출력 제어 필요성을 증가시키고 발전사업자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전기요금 구조의 문제: 낮은 산업용, 높은 가정용
한국의 전기요금 논의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요금 구조 왜곡이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산업용 전기요금은 kWh당 105.5원에서 185.5원으로 약 80% 상승했다. 반면 주택용 전기요금은 2016년 이후 동결되어 왔다.
2024년 12월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을 수 있는 수준까지 설비물량을 늘려가면서 발전단가를 낮춰갈 것"이라고 밝혔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기요금 안정화가 양립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해외 사례: 재생에너지 확대와 요금 관계
에너지경제연구원 2018년 연구에 따르면, 그리드 패리티(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화석연료와 같아지는 시점)를 달성한 국가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그리드 패리티를 달성하지 못한 국가보다 2배가량 높다. 2019년 기준 한국의 주택용 전기요금은 kWh당 10.2센트로, 그리드 패리티를 달성한 독일 33.4센트, 이탈리아 28.9센트, 영국 23.4센트, 일본 25.4센트보다 훨씬 낮다.
이는 한국의 낮은 전기요금이 재생에너지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럽 국가들은 높은 전기요금 체계 속에서도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환경·건강 비용까지 고려하면
전기요금 논의에서 종종 간과되는 것이 환경 및 건강 비용이다. 석탄화력발전은 미세먼지, 대기오염,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이러한 외부비용을 내부화하면 석탄화력의 실질 비용은 현재 발전단가보다 훨씬 높아진다.
반면 재생에너지는 미세먼지 저감, 기후위기 대응, 건강 증진 등의 편익을 제공한다. 사회적 총비용 관점에서 보면 재생에너지 전환이 오히려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론: 전환기의 투자냐, 장기적 절감이냐
석탄화력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릴 때 전기요금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하지 않다.
현시점에서는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화석연료보다 높은 것이 사실이다. 초기 투자비용, ESS와 송전망 등 추가 인프라 비용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전기요금 상승 압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전혀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탄소비용이 내재화되면 화석연료 발전의 실질 비용은 급증한다. 연료비가 들지 않고 가격 변동성이 없다는 점도 중요한 장점이다. 무엇보다 환경·건강 편익까지 고려한 사회적 총비용은 재생에너지 쪽이 낮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전환기를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한국의 높은 간접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송전망 확충과 ESS 투자를 효율적으로 진행하며, 전기요금 구조를 합리화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김성환 장관이 밝힌 것처럼 "설비물량을 늘려가면서 발전단가를 낮추는" 전략, 즉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 절감이 핵심이다. 전 세계가 증명하고 있듯이, 재생에너지는 이미 가장 저렴한 전력원이 되어가고 있다. 한국도 제도 개선과 투자 확대로 이 흐름에 합류할 수 있다.
전기요금 인상 우려 때문에 에너지 전환을 늦추는 것은 단기 비용에 집착하다 장기 편익을 놓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요금이 오르느냐 내리느냐"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하면서 어떻게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느냐"는 전략적 접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