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가 많은 10월, 시 예산이 들어간 단체 행사나 시가 주관한 대규모 시민 행사장 곳곳에 일회용 컵과 플라스틱 용기가 넘쳐났다. 이는 '환경도시'를 지향하며 높은 수준의 자원순환 성과를 거두고 있는 부천시의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엇박자' 행정이다.
부천시의 환경 정책 성과는 분명하다. 2022년 기준 부천시의 재활용률은 75.4%로, 전국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상위권 수준이다. 또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문제는 이러한 거시적인 성과와 목표가 시민들이 체감하는 공공 행사 현장에서는 전혀 구현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첫째, 정책과 현장의 심각한 괴리다. 행사장 어디에도 다회용기 사용 안내나 일회용품 절감 캠페인을 찾아볼 수 없었다. 환경부가 추진하는 '1회용품 없는 축제' 정책이 무색할 정도다. 높은 재활용률이라는 성과에 안주하여, 정작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할 공공행사 관리에 실패한 것이다.
둘째, 시민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 시는 자원순환 교육을 통해 시민들의 실천을 요구하면서, 정작 가장 큰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공공행사에서는 일회용품 사용을 방치했다. 이러한 이중적 태도는 시민들에게 혼란을 주며 환경 정책 전반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셋째, 실천 의지의 부족이다. 다회용기 대여 시스템 도입, 음수대 설치, 분리수거 안내 인력 배치 등 실천 가능한 대안은 많다. 일회용품 구매 비용을 다회용기 대여 시스템 구축으로 전환하면 장기적인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인근 서울시는 이미 2024년 9월부터 조례 개정에 따라 1,000명 이상 시 주최 행사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행사 기획 시 '폐기물 감량계획' 제출을 의무화했다.
나아가 서울시는 예산이 지원되는 모든 축제의 푸드트럭에 다회용기 사용을 강제하고, 한강공원 같은 주요 공간의 배달용기 반입까지 단계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사 폐기물 감량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 바로 부천시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부천시는 83만 시민의 삶의 질을 책임지는 기초자치단체다. 단체 행사는 시민들에게 부천시의 환경 의지를 보여줄 최적의 공간이다. 그 기회를 일회용 쓰레기로 채우는 안일한 현장 행정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부천시는 즉각 '일회용품 없는 행사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시 예산이 들어가는 단체 주관이나 시 주관 행사에 이를 의무화해야 한다. 환경도시는 높은 통계 수치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민의 일상과 맞닿은 현장에서의 일관된 실천이 그 진정성을 증명한다.
[용어 설명]
다회용기: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된 용기로, 일회용품 대체재
2050 탄소중립 (Net-Zero):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배출량-흡수량)을 '0'으로 만드는 정책 목표 (부천시와 대한민국의 공식 목표)
녹색환경투데이 편집위원회 이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