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가 민선 8기 '부천 3.4.5 프로젝트'로 미래 도시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소사역, 대장역, 부천종합운동장역을 중심으로 한 역세권 개발이 그것이다. 대장역은 대한항공과 함께 도심항공교통(UAM) 연구 기지로, 부천종합운동장역은 마이스(MICE) 산업의 도시혁신구역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야심 찬 미래 계획 이면에, 8년째 방치된 시민과의 약속이 있다. 바로 소사대공원 조성 사업이다.
2017년부터 표류 중인 시민의 염원
소사대공원은 2017년 계획 발표 당시 3단계에 걸쳐 총 96,084㎡(약 2만 9천평)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었다. 1단계 238호 근린공원(35,560㎡)은 2023년 6월 완공 목표였으나, 현재까지 착공조차 하지 못했다. 개발제한구역(GB) 관리계획 수립과 도시관리계획 변경 등 핵심 행정 절차가 지연되고, 예산 확보도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과거 이 부지는 한미재단 4-H 훈련농장이 있던 곳으로, 축구장 건립 계획이 고려 말기 유물 발견과 주민 반대로 무산된 후 시민들은 '소사그랜드테마파크' 조성을 청원해왔다. 한옥마을과 수목원, 전통 연못을 갖춘 서부 수도권의 관광 명소로 만들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8년이 지난 지금, 이미 매입 완료된 1만여 평의 부지는 방치된 채 도시 미관만 해치고 있다.
시민사회가 나섰다
오랜 기다림에 지친 시민들이 직접 나서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소사대공원 조성 촉진 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부천시장과 부천시의회 의장, 경기도지사, 지역구 국회의원 등에 제출할 정책건의서를 준비 중이다. 건의서는 사업 지연의 근본 원인을 분석하고, 행정 절차 신속화와 외부 재원 확보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담을 예정이다.
특히 시민들은 즉시 실행 가능한 대안으로 방치된 부지를 수국과 백일홍 등을 활용한 계절 꽃 테마공원으로 임시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최소 비용으로 시민들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동시에, 공원 조성에 대한 시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현실적 대안이다.
기후위기 시대, 도시 녹지는 필수 인프라다
소사본동은 9,000여 세대가 거주하는 고밀도 주거지역이다. 하지만 1인당 공원면적은 약 6㎡로 WHO 권장 기준 9㎡에 크게 못 미친다. 이는 단순한 편의시설 부족이 아니다. 기후위기 시대, 공원은 연간 1㏊당 168톤의 CO₂를 흡수하는 탄소저장고이자, 여름철 도시열섬 현상을 2-8℃ 완화하는 천연 냉방 시설이다. 미세먼지를 30-40% 감소시키는 공기정화 기능도 한다.
소사대공원이 조성되면 연간 약 161톤의 탄소를 흡수할 수 있다. 부천시가 추진하는 '2030 탄소중립' 정책의 핵심 기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시민들이 제안한 계절 꽃 테마공원 임시 조성안은 최소 비용으로 즉시 실행 가능한 현실적 대안이다.
재정 위기 속 우선순위의 재조정 필요
소사대공원 지연의 배경에는 부천시의 재정 악화가 있다. 지방교부세와 세수 감소로 2025년 예산안에서 시설비(-39.30%), 기간제 근로자 인건비(-30.77%), 민간행사사업보조(-27.95%) 등 전 분야 구조조정이 단행됐다. 심지어 내년 상환 예정 지방채 원금을 더 높은 이자율로 차환(借換)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래를 위한 대규모 투자의 중요성은 분명하다. 대장 신도시와 첨단산업단지는 인구 유입과 재정력 제고의 핵심 동력이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도시 성장의 기반은 현재 시민의 삶의 질에서 나온다. 공원 코디네이터 사업 같은 시민 체감형 사업마저 축소해야 할 만큼 재정이 어렵다면, 8년째 미뤄온 약속부터 지켜야 한다.
약속 이행이 신뢰의 시작이다
소사대공원은 단순한 공원이 아니다. 원도심 슬럼화를 방지하고 지역 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환경 인프라이자, 기후위기 대응의 최전선이다. 시민들은 구체적 대안까지 제시하며 기다려왔다. 부천시는 행정 절차를 신속히 완료하고, 특별교부세와 도비 등 외부 재원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
미래 도시의 장밋빛 청사진도 중요하지만, 현재 시민이 발 딛고 설 쾌적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 먼저다. 약속을 지키는 행정만이 시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녹색환경투데이 편집위원
[녹색환경투데이 편집위원회]
[용어설명]
도시열섬 현상: 도시 중심부 기온이 주변보다 높아지는 현상
차환(借換): 기존 채무를 새로운 채무로 대체하는 것
MICE: 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 컨벤션(Convention), 전시(Exhibition)의 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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