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 소사본동에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대동산신제가 공적 지원의 적정성을 둘러싸고 논란의 중심에 섰다.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며 공동체 결속을 다져온 이 전통행사에 부천시 예산이 투입되고있어, 일각에서는 정교분리 원칙 위배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행사 프로그램에 있다. 공개된 식순을 보면 당주가 주관하는 산신제, 살풀이춤, 산신제 증언 등 민간신앙의 의례적 성격이 두드러진다. 기독교계 일부에서는 이러한 요소들이 특정 종교 의식에 해당하며,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단순히 '종교 대 비종교'의 프레임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대동산신제는 단순한 종교 의례가 아니라, 오랜 세월 마을 공동체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주민 화합을 도모해온 민속문화유산이다. 강릉 단오제, 전주 풍남제, 진주 유등축제 등 전국 각지의 민속신앙 기반 전통행사들이 국가무형문화재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공적 지원을 받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또한, 행사가 주민자치회 주관으로 진행된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민자치회는 주민 전체를 대표하는 준공공기관으로서, 그 활동과 예산 집행은 특정 집단이 아닌 지역 주민 전체의 이익에 부합해야 한다. 수십 년간 이어진 전통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현재 소사본동 전체 주민의 보편적 지지를 받고 있는지, 주민자치회가 이를 주관하는 것이 대표성에 부합하는지 검증이 필요하다.

문화재보호법과 지방문화원진흥법은 지역의 고유한 전통문화를 보존·계승하기 위한 공적 지원의 법적 근거를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지원의 '가부'가 아니라 '방식'이다. 공공재원이 투입되는 행사인 만큼, 특정 신앙을 가진 이들만의 제의가 아닌, 지역 주민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공동체 축제로서의 성격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방향을 제안한다.

첫째, 행사의 문화유산적 가치를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부천시는 민속학자, 문화재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학술 조사를 통해 대동산신제의 역사적 연원과 문화적 가치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는 공적 지원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향후 무형문화재 지정을 위한 기초 작업이 될 수 있다.

둘째, 주민 참여형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행사 주최 측, 기독교계를 포함한 다양한 종교계, 지역 주민, 문화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행사의 성격과 운영 방식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일방적 결정이나 배제가 아닌, 대화를 통한 합의점 도출이 중요하다.

셋째, 프로그램 구성의 현대적 재해석이 필요하다. 전통 제례 형식을 완전히 배제하자는 것이 아니다. 제례는 민속문화의 핵심 요소로 유지하되, 그 비중과 방식을 조정할 수 있다. 예컨대 제례 의식은 전통 보존 차원에서 간소하게 진행하고, 주민 화합 마당, 전통놀이, 음식 나눔 등 참여형 프로그램의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강릉 단오제의 경우도 제례 의식을 보존하면서 동시에 시민 축제로 발전시킨 좋은 사례다.

넷째, 지원 방식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시 예산이 어떤 항목에 얼마나 투입되는지, 그 사용 내역을 명확히 공개하고, 제례 의식 자체보다는 문화행사 인프라, 안전관리, 주민 참여 프로그램 등에 우선 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통문화는 고정불변의 박제가 아니라, 시대와 호흡하며 진화하는 살아있는 유산이다. 대동산신제가 가진 '공동체 화합'이라는 본질적 가치는 지키되, 다원화된 현대 사회에서 모든 주민이 함께할 수 있는 형식으로 발전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부천시는 이번 논란을 갈등의 씨앗이 아닌, 전통문화의 공공적 계승 방안을 모색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배제와 대립이 아닌, 소통과 조정을 통해 소사본동 대동산신제가 모든 주민의 축제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본 칼럼은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녹색환경투데이 편집위원 이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