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으로서 의지할 곳이 없다는 것은 커다란 불행이다. 기댈 곳이란 인간에게 삶의 가장 근저[根底]를 이루는 절대적 요소다. 고독하다는 것의 의미를 헤아릴 때 자원적[自願的]인가 타원적[他願的]인가의 관점을 논하면 좀 복잡해질 수 있지만, 사회의 다원화에 따른 필자의 일방적 분류를 고집함에 대한 양해를 전제하면서, 타원적 가설[假說]로 글을 시작해 보려한다.
고독[孤獨]의 사전적 의미는, 1.홀로 있는 듯이 외롭고 쓸쓸함, 2.부모 없는 어린아이와 자식 없는 늙은이를 의미한다. 이와 더불어 법률적 의미로 고독사[孤獨死]는,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을 말한다’고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이하 고독사 예방법‘]에 명시해 놓았다. 너무 구체적이지 않은가. 환과고독[鰥寡孤獨]도 더 넓은 의미의 고독이다.
고독에 이르고 그로 인하여 홀로 세상을 하직하는 사람을 상상해보면, 이는 결코 ‘남의 일’은 아니다. 누구나 태어나면서 죽음을 향해 가는 것이 인간의 숙명[宿命]이기 때문이라면 너무 당연한 허언[虛言]이기도 하다. 고독사예방법 제3조에는, [국민의 권리와 의무]로, ‘① 국민은 고독사 위험에 노출되거나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도움을 요청할 권리가 있다. ② 국민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수립·시행하는 고독사 예방정책에 적극 협조하여야 하며, 고독사 위험에 노출되거나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이하 "고독사위험자"라 한다)을 발견한 경우에는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명시하고 있다. 이제 고독사를 위한[?] 의무가 무엇인가를 책임 있게 고민하고 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매우 다행[?]스러운 것은 부천시가 ‘고독사 예방 및 사회적 고립가구 지원에 관한 조례[이하 고독사 지원 조례’]를 2021.05.20 제정하였다는 것이다. 그 대강[大綱]을 이루는 조례의 목적으로, ‘1인 가구의 증가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고독사를 예방하고, 사회적 고립 가구의 지원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개인적·사회적 피해를 방지하고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문화하였다. 아울러 “사회적 고립가구”란 가족, 친척, 친구, 이웃 등과의 관계가 단절되었거나 단절되어가는 1인 가구를 말한다‘고 구체적으로 정의해 놓았다.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일인가.
제3조에는 ‘시장의 책무’도 있다. ‘고독사 위험과 노출 가능성을 사전에 판단/악하고, 예방 및 사후 대응을 정책 수립·시행하여야 한다’는 강제적 규정으로 말이다. 제5조에는 ‘부천시에 주소를 두고 실제 거주하는 1인 가구에 대하여 적용한다’고 하였다. 이외에도 추진계획 수립을 비롯해 실태조사나 지원대상과 지원사업, 협력체계 구축 등도 자세하게 부천시 조례로 제정하여, 다행스럽기 그지없다.
법이 고마운 것은 현실에 적용되어 예방할 수 있을 때를 이르고, 당사자로서 현실화 되었을 경우를 말한다면, 과연 우리 부천시는 그 조례에 부응[副應]하고 있는가를 따지고 물어야 한다. 고독사는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법의 영향이 미치기 어렵고, 죽음은 신성하지만 금기시하는 외면의 묵시적 관습/례이기 때문에 더욱 안타깝다. 죽음은 인간으로서 일회적인 숙명이다. 조례는 필요와 시행을 전제로 한, 시민을 위한 시민과의 신성한 약속이다. 부천시도 초고령화 시대에 들어선 지금 ’고독사‘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님‘을 깊이 명심하고 그 대책을 서둘러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