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사역 정차, 어디까지 왔나

부천시가 서해선 KTX-이음의 소사역 정차 유치에 적극 나섰다. 조용익 부천시장은 지난 9월 12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서해선 KTX-이음 소사역 정차를 공식 건의했다.

서해선 KTX-이음은 2024년 11월 개통 이후 경기도 고양시 대곡역에서 충남 홍성역까지를 잇는 준고속철도다. 현재 대곡역-김포공항역-초지역 등에 정차하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으나, 경인선·서해선 환승역이자 일평균 3만 8000여 명이 이용하는 서부권 최대 교통거점 소사역은 정차역에서 제외된 상태다.

부천시는 소사역의 압도적인 이용객 규모와 교통 접근성을 근거로 정차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단순한 지역 편의성을 넘어, 이번 정차 유치는 부천시가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환경친화적 도시로 전환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철도 교통, 탄소배출 저감의 핵심 해법

KTX-이음의 소사역 정차가 실현되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환경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철도는 승용차 대비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약 7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소사역은 경인선·서해선 환승역으로 부천시 83만 시민뿐 아니라 서울 서남부, 인천 지역 주민들의 접근성이 우수한 곳이다. 소사역에 KTX-이음이 정차하면, 수도권 서부지역 주민들이 서울 도심이나 인천공항, 충남 서해안으로 이동할 때 승용차 대신 철도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 이는 연간 수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환경부가 추진 중인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서도 대중교통 이용률 제고는 필수적이다. 서해선 KTX-이음 소사역 정차는 이러한 국가 정책에 부합하는 동시에, 부천시가 '2030 탄소중립 선도도시'로 나아가는 실질적 방안이 될 수 있다.

대중교통 중심 도시계획, 지속가능한 미래의 밑그림

소사역 KTX-이음 정차는 부천시의 도시계획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소사역을 중심으로 한 역세권 개발은 단순한 부동산 개발이 아닌, 대중교통 중심 개발(Transit-Oriented Development, TOD) 모델로 접근해야 한다.

TOD는 역세권에 주거·상업·업무 기능을 집약시켜 도시 확산을 억제하고, 자동차 의존도를 낮추는 지속가능한 도시계획 방식이다. 이미 대곡역, 김포공항역 등 서해선 주요 역들은 이러한 개발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부천시는 소사역 주변에 친환경 건축물 인증 의무화, 녹지 공간 확보, 보행자 및 자전거 중심 교통체계 구축 등을 통해 환경친화적 역세권을 조성할 수 있다. 이는 난개발을 방지하고, 시민들의 환경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부천시를 지속가능한 도시로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미세먼지 저감, 주민 건강권 보호의 실마리

부천시를 포함한 수도권 대기질 악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도로 교통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이다. 환경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통계에 따르면, 도로 이동 오염원이 전체 미세먼지 배출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소사역에 KTX-이음이 정차하면 역세권 접근성이 개선되고, 서울 및 수도권 광역 이동 시 승용차 이용이 줄어들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교통 부문 미세먼지 배출량 감소로 이어진다.

특히 부천시 원미구 일대는 다문화가정과 고령인구가 밀집한 지역으로, 대기질 개선은 환경 취약계층의 건강권 보호에도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 깨끗한 공기는 단순한 환경 지표가 아니라, 시민 삶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실현을 위한 과제와 원칙

물론 소사역 정차 실현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들도 있다. 역세권 개발 과정에서 녹지가 훼손되거나, 교통량 증가로 인한 소음·진동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환경영향평가와 주민 참여형 계획 수립이 필수적이다.

부천시와 국토교통부, 한국철도공사는 소사역 주변 개발 시 다음과 같은 환경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첫째, 기존 녹지와 생태 공간을 최대한 보전하고, 신규 개발지에는 옥상녹화, 투수성 포장 등 그린 인프라를 의무화해야 한다.

둘째, 환경영향평가를 형식적으로 진행하지 말고, 주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참여형 평가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역사 시설 개선 시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적극 도입하고, 에너지 효율을 최대화해야 한다.

넷째, KTX-이음 운행 증편에 따른 소음·진동 저감 시설을 설치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 체계를 갖춰야 한다.

부천, 환경과 교통이 공존하는 도시로

서해선 KTX-이음 소사역 정차 실현은 부천시가 환경과 교통, 개발과 보전이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도시로 나아가는 기회다.

현재 서해선 내 다른 역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3만 8000여 명의 일평균 이용객, 경인선·서해선 환승 거점이라는 교통 요충지로서의 입지, 그리고 83만 부천 시민과 서울 서남부·인천 지역 주민들의 접근성을 고려할 때, 소사역 정차는 합리적이고 타당한 선택이다.

단순히 '빨리 가는 기차'가 아니라, '깨끗한 공기와 건강한 삶'을 시민들에게 선물하는 녹색 교통수단. 이것이 KTX-이음이 소사역에 정차해야 하는 진정한 이유다.

83만 부천 시민은 이제 기후위기 시대의 책임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 승용차 대신 철도를, 난개발 대신 친환경 개발을, 단기 이익 대신 지속가능한 미래를 선택하는 것. 소사역 KTX-이음 정차는 그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부천시와 시민, 국토교통부, 한국철도공사가 함께 지혜를 모아 소사역을 중심으로 한 환경친화적 교통 생태계를 조성한다면, 부천은 대한민국 탄소중립과 지속가능한 도시교통의 성공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부천시의 건의를 적극 검토하고, 환경적·사회적·경제적 타당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소사역 정차를 조속히 확정해야 한다.

녹색환경투데이 편집위원회
2025년 10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