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당신의 손에 들린 것은?

찬바람이 매섭게 부는 겨울 아침, 출근길에 들른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나온다.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일회용 종이컵. 이 작은 위안이 우리의 지구에 얼마나 큰 부담을 주고 있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겨울이 되면 늘어나는 종이컵

환경부와 자원순환정보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일회용 종이컵 사용량은 약 25억~30억 개에 달한다. 특히 겨울철에는 따뜻한 음료 소비가 급증하면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량이 다른 계절보다 30% 이상 증가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추운 날씨에 따뜻한 음료를 마시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문제는 그 편리함 뒤에 숨겨진 환경적 대가다. 종이컵 1개를 만들기 위해서는 약 13g의 목재 펄프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1년간 사용하는 종이컵을 만들기 위해 베어지는 나무는 약 20만 그루에 이른다.

"종이컵이니까 친환경 아닌가요?"

많은 사람들이 플라스틱보다 종이가 친환경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착각이다. 종이컵 내부에는 액체가 새지 않도록 폴리에틸렌(PE) 필름이 코팅되어 있다. 이 때문에 종이컵은 일반 종이처럼 재활용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우리 건강에 미치는 직접적인 위협이다. 종이컵 내부의 PE 코팅은 뜨거운 음료와 만나면 평균 25,000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를 방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우리는 따뜻한 커피와 함께 플라스틱을 마시고 있는 셈이다.

또한, 일부 종이컵에는 물이나 기름이 새지 않도록 '영원한 화학물질'이라 불리는 과불화화합물(PFAS)이 코팅제로 사용된다. 이 물질은 자연에서 거의 분해되지 않고 인체에 축적되어, 호르몬 교란, 면역체계 손상, 심지어 암까지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심각한 공중 보건 문제다.

재활용 과정에서 종이와 플라스틱 필름을 분리하는 데 많은 비용과 에너지가 소요되며, 실제로 수거된 종이컵 중 재활용되는 비율은 5%에 불과하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재활용 공정에서 종이컵은 일반 종이류와 섞여서는 안 되는 '이물질'로 취급된다. 내부의 PE 필름이 물에 녹지 않고 펄프와 엉겨 붙어, 전체 재활용 배치의 품질을 떨어뜨리고 기계를 고장 내기 때문이다.

이 5%의 재활용조차도 새로운 종이컵으로 재탄생하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이 아니다. PE 필름을 분리하는 특수 공정을 거쳐도, 이는 품질이 현저히 낮은 휴지심이나 계란판 등으로 겨우 재가공되는 '다운사이클링(Downcycling)'에 불과하다. 나머지 95%는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소각 과정에서는 이산화탄소와 유해물질이 배출되고, 매립될 경우 분해되는 데 20년 이상이 걸린다.

부천시의 경우 일평균 생활폐기물 발생량이 420톤에 달하는데, 이 중 상당 부분이 일회용품이다. 겨울철이 되면 카페와 편의점 주변 쓰레기통은 종이컵으로 가득 찬다. 이는 결국 우리 지역의 폐기물 처리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시민의 몫으로 돌아온다.

개인의 선택이 만드는 변화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이 모여 30억 개라는 어마어마한 숫자가 만들어진다. 반대로 "나부터 시작하자"는 실천이 모이면 엄청난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최근 많은 카페에서 개인 텀블러 사용 시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보통 300~500원의 할인을 받을 수 있는데, 하루 한 잔씩만 마셔도 연간 10만 원 이상을 절약할 수 있다. 환경도 지키고 경제적 이득도 얻는 일석이조의 효과다.

불편함을 넘어 새로운 문화로

"텀블러를 들고 다니기 불편하다", "씻기 귀찮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맞는 말이다. 처음에는 불편하다. 하지만 습관이 되면 오히려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유럽의 많은 도시에서는 텀블러 사용이 일상화되어 있다. 독일의 경우 '컵 디파짓(Cup Deposit)' 제도를 도입해 다회용 컵을 보증금을 내고 빌려주고,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도 2021년부터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이 금지됐지만, 테이크아웃에 대한 규제는 여전히 미흡하다.

부천시도 지난해부터 다회용 컵 대여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편리함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겨울철 실천 지침

겨울철 일회용 종이컵 사용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제안한다.

첫째, 개인 텀블러를 항상 휴대한다. 가방에 하나, 사무실에 하나, 차에 하나씩 비치해두면 편리하다.

둘째, 매장 내에서 마실 때는 머그컵을 요청한다. 바쁘더라도 5분만 여유를 가지면 가능한 일이다.

셋째, 불가피하게 일회용 컵을 사용했다면 반드시 분리배출한다. 내용물을 비우고 물로 헹군 후 종이류가 아닌 일회용 컵 전용 수거함에 배출해야 한다.

넷째, 직장이나 모임에서 다회용 컵 사용 문화를 제안한다. 한 사람의 작은 제안이 조직 전체의 변화를 만들 수 있다.

따뜻함은 마음에서 시작된다

겨울철 따뜻한 커피 한 잔의 위안을 포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 따뜻함을 지구에게도 나눠주자는 것이다. 일회용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선택하는 작은 불편함이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지구를 지키는 큰 실천이 된다.

올겨울, 당신의 손에 들린 것은 무엇인가. 일회용 종이컵인가, 아니면 텀블러인가. 그 선택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한다. 진정한 따뜻함은 편리함이 아니라 배려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이번 겨울 우리 모두 기억했으면 한다.


이영수 | 녹색환경투데이 편집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