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환경투데이] 편집국 = 계절이 바뀌면 옷장부터 열어본다. 작년에 무엇을 입고 다녔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백화점이나 온라인 쇼핑몰을 기웃거린다. ‘1+1 할인’, ‘초특가’라는 문구가 붙은 티셔츠 한 장을 장바구니에 담는 일은 소소한 즐거움이다. 하지만 우리가 계산대에서 지불하는 그 저렴한 가격표 뒤에는, 지구가 감당해야 할 혹독한 ‘기후 청구서’가 숨겨져 있다.
패션 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0%를 차지한다. 이는 항공과 해운 산업을 합친 것보다 많은 양이다.
우리가 무심코 입는 합성섬유 옷은 석유에서 뽑아낸 플라스틱이나 다름없으며, 면 티셔츠 한 장을 만드는 데는 한 사람이 3년 동안 마실 수 있는 양인 2,700리터의 물이 소비된다. 옷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이미 반(反)환경적인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소비의 속도다. 유행을 즉각 반영해 싸게 만들고 빨리 버리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은 의류를 일회용품으로 전락시켰다.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옷은 1,000억 벌에 달하지만, 그중 33%는 1년도 채 입지 않고 버려진다.
이렇게 버려진 옷들은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이나 아프리카 가나의 해변에 산처럼 쌓여 썩지 않는 쓰레기 산을 이룬다. 소각할 때는 다이옥신과 같은 유해 물질이, 매립할 때는 미세플라스틱이 지하수와 토양을 오염시킨다.
기후위기는 먼 미래의 북극곰 이야기가 아니라 당장 내 피부에 닿는 섬유의 문제다.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폭염은 면화 생산량을 급감시키고 있으며, 이는 곧 의류 가격의 폭등인 ‘클로스플레이션(Clothflation)’으로 돌아오고 있다. 결국 환경을 파괴한 대가로 우리는 더 비싼 옷을, 더 열악한 환경에서 입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이제는 ‘옷 입기’에도 윤리와 책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업은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을 멈추고 재생 소재 사용과 재고 폐기 최소화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정부는 의류 폐기물에 대한 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소비자인 우리의 변화가 절실하다. 유행을 쫓아 새 옷을 사는 행위가 ‘멋’이 아니라 ‘낭비’임을 자각해야 한다. 한 번 산 옷을 오래 입는 ‘슬로우 패션’을 지향하고, 중고 의류를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합성섬유보다는 천연 소재나 리사이클 의류를 선택하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옷은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필수품이지만, 과도한 패션은 지구의 존립을 위협하는 사치다. 당신이 오늘 입은 옷이 당신의 인격뿐만 아니라, 지구에 대한 태도까지 보여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옷장 문을 열 때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이 옷은 지구에게 얼마나 빚을 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