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소사본동의 ‘노른자위 땅’으로 불리는 옛 복사초등학교 부지가 길을 잃었다. 지난 9월 학교가 계수동으로 이전한 뒤, 남겨진 부지에 대한 활용 방안이 주민들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 당국은 이곳에 행정·연수 기관인 ‘경기도유아교육진흥원’ 설립을 사실상 확정 지었지만, 정작 부지의 주인인 지역 주민들을 위한 공간 마련은 예산 부족이라는 벽에 부딪혀 좌초될 위기다.

"우리 동네에 또 행정기관만?"… 주민 박탈감 극에 달해 소사본동 주민들은 복사초 폐교 논의가 시작된 2023년부터 강력한 목소리를 내왔다. 소새울역에서 불과 130m 떨어진 초역세권이자 반경 500m 내 3,000세대 이상이 거주하는 중심지에, 주민 출입이 제한적인 연수 기관만 들어서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민 비상대책위원회는 "폐교 대상지에 특정 대상(교원, 유아)만 방문하는 시설을 유치하는 것은 지역민의 편익 증대와 상권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상업시설을 포함한 마을공동체 및 지역경제 활성화 시설 유치"를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부천시는 교육청 소유 부지에 상업 시설 건립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주민들이 차선책으로 요구한 운동장 부지(2,000㎡) 내 생활문화센터, 국민체육센터 등 학교복합시설 조성안마저 예산 문제로 보류되거나 단순 주차장·공원으로 축소될 처지에 놓였다.

멈춰 선 행정, 지금이야말로 ‘정치권’이 나설 때 행정이 예산 타령으로 멈춰 선 지금, 필요한 것은 지역 정치권의 돌파력이다. 최근 이건태 국회의원(부천병)이 "부천시와 교육지원청이 학교복합시설 공모 사업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선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단순한 '촉구'를 넘어선 확실한 '결과'를 원한다.

지역 정치권이 분발해야 할 지점은 명확하다. 바로 교육부의 ‘학교복합시설 공모 사업’ 선정이다. 이 사업에 선정되면 총사업비의 최대 50%를 국비로 지원받을 수 있어, "돈이 없어 못 짓는다"는 부천시의 핑계를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열쇠가 된다.


단순한 ‘협의’ 아닌, 치밀한 ‘전략’으로 승부해야 정치권은 교육청(땅 주인)과 부천시(운영 주체) 사이의 핑퐁 게임을 끝내고, 실질적인 협의체를 가동해야 한다. 단순히 "주민 의견을 반영해 달라"는 식의 민원 전달자 역할에 그쳐서는 안 된다.

화성시 동탄의 ‘이음터’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이음터는 학교 부지 내에 도서관, 공동육아나눔터, GX룸, ICT 프로그램실 등 다양한 복합 시설을 조성하여, 학생과 주민이 상생하는 성공 모델로 자리 잡았다. 소사본동 주민들이 원하는 것 역시 이러한 ‘단절’이 아닌 ‘연결’의 공간이다.

지역 정치인들은 다음 사항을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

국비 확보 총력전: 내년도 학교복합시설 공모 사업 선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중앙 정부를 상대로 한 설득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

구체적 로드맵 제시: 유아교육진흥원 설립과 별개로, 운동장 부지 활용에 대한 구체적인 마스터플랜과 예산 확보 시기를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주민 주도형 공간 구성: 공원이나 주차장 같은 소극적 시설이 아닌, 주민 설문조사에서 선호도가 높았던 다목적 문화복합시설, 발달장애인 평생학습센터 등 실질적 수요가 반영된 시설을 유치해야 한다.

복사초 부지는 소사본동의 마지막 기회다. 이곳이 또다시 닫힌 행정 기관으로 남을지, 아니면 활력 넘치는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지는 전적으로 지역 정치권의 역량에 달려 있다. 다음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공약이 아니라, 지금 당장 주민의 삶을 바꾸는 ‘실천’으로 응답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