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세대에게 ‘친환경’이 도덕적 의무나 조금은 불편한 희생이었다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친환경은 ‘힙(Hip)’하고 세련된 라이프스타일 그 자체다. 기후 위기의 당사자이기도 한 이들은 환경을 지키는 것을 생존의 문제를 넘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가장 확실한 수단으로 삼고 있다. 대한민국 젊은 세대가 바라보는 ‘녹색’의 의미를 짚어봤다.

​ 소비가 곧 투표… ‘미닝아웃(Meaning Out)’의 부상

​“텀블러를 쓰면 할인이 되서 쓰는 게 아니에요. 일회용 컵을 들고 다니는 게 왠지 ‘촌스럽다’고 느껴지거든요.”

​대학생 박모(24) 씨의 말처럼, 젊은 세대에게 친환경 소비는 ‘멋짐’의 기준이 되었다. 이들은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에 부합하는지 꼼꼼히 따진다. 이를 정치적·사회적 신념을 소비행위로 표출하는 ‘미닝아웃’이라 부른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MZ세대의 64.5%는 “가격이 더 비싸더라도 친환경 제품을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친환경 기업의 제품을 적극적으로 구매해 ‘돈쭐(돈으로 혼쭐내다)’을 내주는가 하면, 반환경적인 기업에는 가차 없이 불매 운동을 벌인다. 기업들이 앞다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외치는 이유도 이 ‘까다롭고 강력한’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다.

‘쓰레기 줍기’가 놀이가 되다… ‘플로깅’ 열풍

​젊은 세대의 환경 사랑은 소비를 넘어 직접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Plogging)’이다. 과거의 환경 정화 활동이 의무적인 봉사활동 느낌이었다면, 지금의 플로깅은 인스타그램에 인증샷을 올리고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놀이 문화’이자 ‘운동’이다.

​이들은 제로웨이스트 용기내챌린지(다회용기에 음식 포장하기) 등의 해시태그를 통해 SNS에서 서로의 친환경 활동을 독려하고 연대한다. 불편함을 감수하는 과정 자체가 이들에게는 ‘성취감’이자 ‘놀이’가 된 셈이다.

​ “무늬만 친환경은 사절”… ‘그린워싱’ 감시자들

​젊은 세대는 그 어느 때보다 똑똑한 ‘그린 디텍티브(Green Detective)’다. 기업이 단순히 “친환경”이라는 문구만 붙인다고 해서 믿지 않는다.

​실제로 최근 한 화장품 브랜드가 종이 용기를 사용한다고 홍보했다가 내부에 플라스틱 용기를 덧댄 것이 발각되어 젊은 층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들은 제품의 전 성분은 물론, 포장재의 재활용 용이성,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까지 꼼꼼히 따진다.

​녹색환경연합 사무총장은 “젊은 세대는 정보 검색에 능하고 공유가 빨라 기업의 기만적인 ‘그린워싱(Greenwashing)’을 가장 먼저 잡아낸다”며 “기업들이 진정성 있는 친환경 정책을 펼치지 않으면 이들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망: ‘선택’이 아닌 ‘필수’의 시대로

​젊은 세대가 주도하는 친환경 트렌드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았다. 이들이 사회의 주류 소비층으로 부상함에 따라, 모든 산업 분야에서 ‘친환경’은 선택 옵션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