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환경투데이=본보기자) 2026년 1월 1일,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시행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내년부터 종량제 봉투에 담긴 생활폐기물은 반드시 소각하거나 재활용 과정을 거쳐야 하며, 매립지에는 소각재만 묻을 수 있다. 그러나 핵심 인프라인 소각장 확충이 지지부진하자, 정부와 지자체는 결국 '예외적 허용'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1. 현실의 벽에 부딪힌 '직매립 제로'
지난 2일 환경부와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는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이행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핵심은 "비상 상황 시 예외적으로 직매립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재난 발생 △소각시설 고장 및 가동 중단 △그 밖에 처리가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에는 한시적으로 쓰레기를 바로 매립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 소각장을 제때 짓지 못한 지자체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우려되던 '1월 쓰레기 대란'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2. 준비 안 된 수도권, 무엇이 문제인가
수도권 3개 시·도의 소각 시설 준비 상황은 '낙제점'에 가깝다. 직매립 금지가 예고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님비(NIMBY) 현상과 행정력 부재로 인해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다.
서울특별시: 마포구 상암동에 신규 광역자원회수시설(소각장) 건립을 추진 중이나, 주민들의 거센 반발과 법적 분쟁으로 인해 착공조차 불투명하다. 당초 목표였던 2026년 준공은 불가능해졌으며, 빨라야 2030년 이후에나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광역시: 2025년 종료를 목표로 했던 수도권매립지 사용을 줄이기 위해 권역별 소각장 확충을 시도했으나 입지 선정 난항을 겪고 있다. 결국 군·구 주도의 소각장 확충으로 정책을 선회했으나 실질적인 진척은 더딘 상태다.
경기도: 도내 31개 시·군 중 자체 소각 시설을 갖춰 직매립 금지를 온전히 이행할 수 있는 곳은 소수에 불과하다. 대다수 지자체는 민간 소각장에 위탁하거나, 이번에 신설된 예외 조항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다.
3. '민간 위탁'과 '비용 상승', 피해는 주민에게
공공 소각장이 부족한 지자체들은 민간 소각시설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수도권 내 60여 개 지자체 중 절반 이상이 민간 업체와 위탁 계약을 맺거나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처리 비용 급증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수요는 많은데 시설은 부족하다 보니 민간 소각 단가가 치솟고 있다. 이는 결국 지자체 예산 부담으로 이어지며, 장기적으로는 주민들이 부담하는 종량제 봉투 가격 인상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환경부는 예외적 직매립을 허용하는 대신 반입 수수료를 인상하고, 2029년까지 감축 목표를 강제하겠다고 밝혔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될지는 미지수다.
4. 전문가 제언: "플랜 B가 아닌 플랜 A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예외 허용' 조치로 당장의 쓰레기 대란은 피했지만, 이는 문제를 몇 년 뒤로 미룬 것에 불과하다고 경고한다.
강력한 감량 정책: 소각장 건립이 늦어지는 만큼, 발생량 자체를 줄이는 강력한 분리배출 및 재활용 정책이 선행되어야 한다.
주민 수용성 확보: 소각장 건립을 위한 주민 설득 과정에서 투명한 정보 공개와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공 등 전향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광역화 처리: 기초 지자체 단위의 해결보다는 광역 단위의 '빅딜'을 통해 처리 시설을 공동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2026년 새해 첫날, 우리 집 앞 쓰레기가 갈 곳을 잃지 않으려면 남은 시간 동안 행정력을 총동원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