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환경투데이 = 편집위원회]
부천시의 탄소중립 여정에서 가장 뼈아픈 현실은 ‘땅’이다. 면적은 좁고, 인구밀도는 전국 최고 수준이며, 이미 개발이 완료된 도심지다. 이는 대규모 풍력 단지나 태양광 발전소를 지을 공간이 전무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그렇다면 부천의 에너지는 어디서 와야 하는가? 최근 확정된 『제1차 부천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과 시민사회는 입을 모아 하나의 해법을 가리키고 있다. 바로 시민이 직접 전기를 생산하는 ‘시민햇빛발전소’다.
■ ‘에너지 자립률’ 최하위권 부천, 선택지는 ‘건물’뿐
본지가 입수한 기본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부천시의 전력 자립률은 극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보고서는 부천의 지리적 특성상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설비 도입이 어렵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결국 남은 공간은 건물의 옥상, 주차장, 그리고 자투리 유휴부지뿐이다. 보고서 내 ‘에너지 전환 부문’ 전략 역시 ▲공공시설 태양광 보급 확대 ▲민간 건물 옥상 및 주차장 태양광 설치 지원에 방점이 찍혀 있다. 도심형·분산형 에너지만이 부천형 탄소중립의 유일한 활로인 셈이다.
■ 시민햇빛발전소: 시민이 ‘전기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이 지점에서 ‘시민햇빛발전소’ 모델이 주목받는다. 이는 시 예산만으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관 주도 방식의 한계를 넘어서는 모델이다.
시민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해 십시일반 출자금을 모아 공공부지나 사유지에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다. 생산된 전기는 한전에 판매하고, 그 수익은 출자한 시민들에게 배당하거나 지역사회 탄소중립 기금으로 재투자된다.
녹색환경연합중앙회 관계자는 “시민햇빛발전소는 내 집 지붕에 패널을 올리는 것을 넘어, 시민이 에너지 생산의 주주(株主)가 되는 것”이라며 “이는 탄소중립을 ‘남의 일’에서 ‘내 자산’이자 ‘내 일’로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 성공의 열쇠: 행정은 '공간'을 열고, 시민은 '지갑'을 열어야
시민햇빛발전소가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구체적인 역할 분담이 필수적이다.
행정(부천시): 가장 시급한 것은 ‘부지 제공’이다. 시민들이 돈을 모아도 패널을 깔 곳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공공기관 옥상, 공영주차장, 학교 옥상 등을 과감하게 임대하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공간·제도 지원’이 선행되어야 한다.
시민사회(녹색환경연합 등): 시민들을 조직하고 교육하며, 발전소 운영의 투명성을 감시하는 ‘플랫폼’ 역할을 맡아야 한다.
시민: 단순한 캠페인 참여를 넘어, 실제 출자에 참여하고 에너지를 소비하는 패턴을 바꾸는 ‘능동적 주체’로 나서야 한다.
■ [기획을 마치며] 탄소중립, 결국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다
지난 5회에 걸쳐 부천시의 탄소중립 기본계획(1조 6천억 원 규모)을 해부하고, 재원 마련의 숙제와 정의로운 전환의 과제를 짚어보았다.
계획서(PDF)에 담긴 수백 페이지의 데이터와 전략은 정교하다. 하지만 이 계획을 현실로 만드는 동력은 보고서 밖, ‘사람’에게 있다. 예산이 부족해도 시민이 움직이면 발전소가 지어지고, 제도가 미비해도 시민이 감시하면 정책은 올바른 방향을 찾는다.
부천시의 탄소중립은 이제 막 출발선에 섰다. 10년 후 부천이 ‘회색 도시’로 남을지, 시민의 손으로 만든 ‘녹색 에너지 도시’로 거듭날지는 오직 시민들의 참여와 연대에 달려 있다.
“탄소중립은 행정이 계획하지만, 완성하는 것은 결국 시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