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환경투데이 = 편집국] 밖에서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오는 곳, 비바람을 피해 우리 가족을 지켜주는 곳. ‘집’은 언제나 안전과 휴식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기후위기는 이 견고한 믿음마저 흔들고 있다.
폭우가 쏟아지면 집이 물에 잠길까 두렵고, 폭염이 닥치면 치솟는 냉방비 걱정에 에어컨 켜기가 무섭다. 우리가 사는 집은 지금 기후변화의 원인 제공자이자, 가장 취약한 피해자가 되어가고 있다.
도시의 탄소 공장, 우리 집
굴뚝 있는 공장만 연기를 내뿜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매일 머무는 아파트와 빌딩은 거대한 ‘탄소 배출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28%가 건물 부문(운영 단계)에서 발생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체 건물의 70% 이상이 지은 지 15년 이상 된 노후 건물이다. 단열 성능이 떨어지는 낡은 창호와 벽체는 에너지를 허공으로 날려 보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난방과 냉방을 가동하는 사이, 도시는 더 뜨거워지고 탄소 배출은 늘어난다. 겨울철 ‘난방비 폭탄’은 에너지 효율이 낮은 주거 환경이 보내는 경고장이다.
기후 재난은 가장 낮은 곳부터 덮친다
기후변화가 초래한 재난은 공평하지 않다. 폭우와 폭염은 주거 취약계층에게 생존의 문제로 직결된다.
지난 2022년 여름, 수도권을 강타한 기록적인 폭우로 반지하 주택에 살던 일가족이 참변을 당했다. 영화 ‘기생충’의 장면이 아니라 참혹한 현실이었다. 해수면 상승은 해안가 저지대 주택을 위협하고 있으며, 여름철 쪽방촌의 실내 온도는 바깥보다 더 뜨겁게 달아오른다.
단열이 안 되고 냉난방 시설이 열악한 ‘에너지 빈곤층’에게 기후위기는 단순한 날씨 변화가 아니라, 삶의 터전을 파괴하는 폭력이다.
집의 진화, ‘제로 에너지’가 답이다
이제 집은 바뀌어야 한다. 에너지를 소비만 하던 공간에서, 에너지를 지키고 생산하는 공간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해답은 ‘제로 에너지 빌딩(Zero Energy Building)’에 있다.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고성능 단열재와 삼중 창호 등을 사용해 외부로 새나가는 에너지를 차단하는 ‘패시브(Passive)’ 기술이다. 마치 보온병처럼 집안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둘째, 태양광이나 지열 등 신재생 에너지를 통해 필요한 에너지를 자체 생산하는 ‘액티브(Active)’ 기술이다.
정부는 공공건축물을 시작으로 제로 에너지 건축 의무화를 확대하고 있지만, 민간 영역의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 기존 노후 주택을 수리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그린 리모델링’ 사업의 확대와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녹색 주거, 선택이 아닌 생존
집을 고치는 일은 단순히 관리비를 아끼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탄소 배출을 줄여 지구를 살리고, 폭염과 한파로부터 내 가족의 안전을 지키는 ‘생존 전략’이다.
우리는 물을 샌드위치 패널로 막을 것인가, 아니면 견고한 에너지 방어막을 구축할 것인가. 기후위기 시대, ‘좋은 집’의 기준은 역세권이나 학군이 아니라, **‘얼마나 탄소 중립적인가’**로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