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환경투데이=편집국] 2024년 한국의 온실가스 잠정배출량은 6억 3,897만톤으로 집계됐다. 2018년 기준연도(727.6백만톤) 대비 약 9,400만톤 감소했다. 수치만 보면 선방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2030년 목표(436.6백만톤)까지는 여전히 2억 200만톤을 더 줄여야 한다. 이제 4년밖에 남지 않았다. 매년 5천만톤 이상, 즉 연평균 7.9%씩 감축해야 하는 셈이다.

문제는 지금까지의 감축 속도다. 2018년부터 2024년까지 6년간 연평균 2.2% 감소에 그쳤다. 앞으로는 이보다 3.6배 빠른 속도로 줄여야 한다는 의미다. 과연 가능할까. 부문별 현장을 들여다봤다.

전환 부문: 석탄 줄고 원전 늘었지만

2024년 전환(에너지) 부문 배출량은 2억 1,834만톤으로 전년 대비 5.4% 감소했다. 석탄발전량이 9.6% 줄고 재생에너지와 원전 발전량이 각각 8.6%, 4.6% 증가한 덕분이다.

특히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처음으로 10%를 돌파한 것은 의미 있는 성과다. 2024년 재생에너지는 전체 발전량의 10.6%(63.2TWh)를 차지했다. 2020년 6.6%에서 4년 만에 4%p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2030년 목표인 21.6%까지는 갈 길이 멀다. 향후 4년간 발전 비중을 11%p 더 늘려야 한다. 지난 4년간의 증가 속도(4%p)보다 2.75배 빠른 속도다.

한국에너지공단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보급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부지 확보, 주민 수용성, 계통 연계 등의 문제가 여전히 걸림돌"이라며 "특히 좁은 국토에서 태양광을 더 확대하려면 산단태양광, 수상태양광, 건물일체형 태양광(BIPV) 등 다각화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풍력·태양광 설비를 78GW까지 확대할 계획이지만, 해상풍력은 인허가 지연과 주민 반대로 진척이 더디다. 정부가 제시한 2030년 해상풍력 목표 18.3GW 중 아직 확정된 프로젝트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산업 부문: 철강·석유화학의 딜레마

산업 부문은 가장 큰 난제다. 2024년 산업 부문 배출량은 2억 8,590만톤으로 전년 대비 0.5% 증가했다. 감축은커녕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2030년 목표는 2018년 대비 14.5% 감축(222.6백만톤)이다. 하지만 업계는 "현실적으로 5% 감축도 어렵다"고 토로한다. 실제로 2023년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수립 당시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 부문 감축 능력이 5%에 불과하다는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가장 큰 배출원인 철강 산업을 보자. 포스코의 2023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7,200만톤으로 2022년(7,020만톤) 대비 오히려 2% 이상 증가했다. 현대제철도 2,920만톤을 배출해 2030년 감축목표(2,660만톤)를 260만톤이나 초과한 상태다.

기후솔루션 관계자는 "철강업계가 고로 수명연장을 지속하면서 2050 탄소중립은커녕 2030년 목표 달성도 요원해 보인다"며 "포스코가 포항4고로와 광양2고로 수명연장으로 2040년 이후에도 연간 1,700만톤 규모의 배출을 이어갈 계획인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수소환원제철(HyREX)이나 전기로 전환 같은 혁신기술은 아직 상용화 단계가 아니다. 설령 기술이 준비된다 해도 막대한 투자비용과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 공급이 전제되어야 한다.

석유화학, 시멘트 업종도 사정은 비슷하다. 원료 전환이나 공정 혁신에는 장기간이 소요되고, 국제 경쟁력 문제도 걸림돌이다.

건물 부문: 제로에너지빌딩은 늘지만

건물 부문 2030년 목표는 2018년(52.1백만톤) 대비 32.8% 감축(35.0백만톤)이다. 제로에너지빌딩(ZEB) 의무화 확대, 단열재 강화, LED 조명 보급 등이 주요 정책이다.

2024년 현재 제로에너지빌딩 인증 건수는 누적 9,000건을 넘어섰다. 2020년 1,000건 수준에서 4년 만에 9배 증가했다. 2023년부터는 연면적 500㎡ 이상 공공건축물에 ZEB 의무화가 확대됐고, 2025년부터는 민간건축물로도 단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기존 건물의 그린리모델링은 더디다. 한국의 건물 중 약 70%가 준공 20년 이상 노후 건축물이지만, 에너지효율 개선 속도는 느리다. 비용 부담과 임대인-임차인 간 이해관계 문제 때문이다.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연구원은 "신축 건물은 제도화로 관리가 가능하지만, 기존 건물 개선이 관건"이라며 "그린리모델링 이자 지원이나 세제 혜택을 더 강화해야 민간 참여를 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수송 부문: 전기차 캐즘에 발목

수송 부문 목표는 가장 야심차다.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37.8% 감축(61.0백만톤)을 목표로 한다. 핵심 수단은 전기차와 수소차 보급이다. 2030년까지 무공해차 450만대(전기차 420만대, 수소차 30만대)를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2024년 전기차 판매는 전년 대비 22.6% 급감하며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본격화됐다. 2023년 말 기준 전기차 누적 54만 4,000대, 수소차 3만 4,000대로 목표 450만대의 13%에 그쳤다.

더 심각한 것은 2025년부터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승용차 기준 4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25% 축소했다는 점이다. 보급 물량은 늘리겠다고 하지만, 업계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보조금마저 줄이면 판매는 더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전기차 화재 안전성 논란도 보급에 찬물을 끼얹었다. 2024년 여름 일련의 화재 사고 이후 '전기차 포비아'가 확산되면서 아파트 충전 시설 설치가 기피되고 있다. 정부는 2025년 예산에서 화재예방형 스마트 제어 충전기를 9만 5,000기로 대폭 확대했지만, 신뢰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2030년까지 4년밖에 안 남았는데 매년 약 90만대씩 무공해차를 팔아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며 "현 추세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흡수원과 CCUS: 불확실한 7,500만톤

2030년 NDC 40% 감축 중 약 7,500만톤은 흡수원과 제거(CCUS, 국제감축)를 통해 달성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부분의 불확실성이 가장 크다.

산림 흡수원은 나무가 성숙할수록 흡수량이 줄어든다. 한국 산림의 평균 수령이 높아지면서 흡수량은 점차 감소 추세다. 블루카본(해양 흡수원)은 아직 측정 방법론조차 확립되지 않았다.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기술은 더욱 불투명하다. 2026년 현재도 상용화 시점이 불확실하고, 경제성도 검증되지 않았다. 국제감축(해외 탄소배출권 구매)은 비용 부담이 크고, 파리협정 세부 규칙에 따라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흡수원과 CCUS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실제 배출량 감축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30년, 4년 남은 시한폭탄

2024년 말 기준 성적표는 낙제점에 가깝다. 2018년부터 6년간 약 9,400만톤을 줄이는 데 그쳤다. 앞으로 4년간 그 두 배 이상인 2억 200만톤을 감축해야 한다.

부문별로 보면 전환 부문은 비교적 선방하고 있지만, 산업과 수송 부문은 심각한 지연 상태다. 재생에너지 10% 돌파는 긍정적이지만, 2030년 21.6% 목표는 여전히 높은 벽이다. 전기차는 캐즘으로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해 보이고, 철강업계는 고로 수명연장으로 탄소중립과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 "2030년에 가까워질수록 연도별 감축목표가 급격히 강화된다"며 "부문별 탈탄소 전환 노력이 더욱 가속화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숫자는 명확하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 4년간 매년 평균 5,050만톤씩 줄여야 한다. 지난 6년간 감축한 전체 양(9,400만톤)의 절반 이상을 매년 줄여야 하는 것이다. 법은 만들었지만, 이행은 이제 정말로 막바지에 몰렸다. 2026년은 2030년 목표 달성의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