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환경투데이]

부천시가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내놓은 10년짜리 청사진인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이 1조 6천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청구서를 예고했다. 그러나 이 막대한 비용의 70% 가까이를 재정자립도가 낮은 부천시가 홀로 감당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나, 계획의 실행력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제1차 부천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2025~2034)』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부천시는 향후 10년간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총 1조 6,245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 국·도비는 30%뿐… 시비 1조 1천억 '폭탄'

가장 큰 문제는 기형적인 재원 분담 구조다. 보고서의 ‘연차별 및 재원별 예산 내역’을 분석한 결과, 전체 예산 중 국비 지원은 28.7%, 도비는 2.5%에 불과했다. 반면 부천시가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시비(市費)는 전체의 68.5%인 1조 1,130억 원에 달한다.

이는 매년 평균 1,100억 원 이상의 시 예산을 탄소중립 사업에만 쏟아부어야 한다는 의미다. 부천시의 열악한 재정 여건을 고려할 때, 국·도비 매칭이나 민간 자본 유치 없이 이 같은 규모의 예산을 지속적으로 편성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 시(市) 보고서도 시인한 '돈맥경화'… "기금 조성 어렵다"

부천시 역시 이러한 재정적 한계를 인지하고 있다. 보고서 부록의 ‘기후대응기금 도입 방안’ 검토 항목에서 연구진은 “현재 재정 여건상 신규 기금 설치 및 일반회계 전출금 확보 등 부천시 단독으로 기금 조성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명시했다.

사실상 1조 원이 넘는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파이프라인' 없이 계획만 수립된 셈이다. 녹색환경연합중앙회가 이번 계획을 두고 “재정 실행 전략의 공백”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녹색환경연합중앙회 관계자는 “10년 계획의 성패는 결국 ‘돈’에 달려 있는데, 보고서조차 재원 마련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며 “시민참여 투자나 민간 협력 모델 같은 대안 없이 행정 예산에만 의존하는 계획은 정권이 바뀌거나 경기가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폐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시민이 감시하지 않으면 계획은 멈춘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서류상의 숫자로만 남지 않으려먼 ‘외부의 감시’가 필수적이다. 시민사회는 부천시가 목표로 한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이 공염불에 그치지 않도록, 예산 집행 과정에 시민이 직접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녹색환경연합중앙회는 대안으로 ▲매년 이행 실적 및 예산 집행 내역 공개 ▲시민 참여형 이행 점검단 운영 ▲탄소중립 시민보고서 발간 등을 제시했다. 시민을 단순한 홍보 대상이 아닌, 정책의 입안과 집행을 감시하는 ‘공동 책임자’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예산 없는 계획은 허구다. 시민이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지 않는 한, 1조 6천억 원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을 것이다.”

부천시의 탄소중립 계획이 ‘장밋빛 청사진’을 넘어 ‘실현 가능한 미래’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현실적인 재원 조달 방안을 마련하고 시민사회와의 투명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