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환경투데이] 연말이 되면 거리와 상업시설, 가정마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불을 밝힌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화려한 인조 트리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 화려한 연말 분위기의 이면에는 심각한 환경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우리가 즐기는 '녹색' 크리스마스가 사실은 '플라스틱'으로 쌓아 올린 역설이라는 점이다.
화려함 뒤엔 '석유 덩어리'... 국내 트리 시장 80%가 인조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크리스마스 트리는 대부분 플라스틱 소재의 인조 제품이다. 미국 크리스마스 트리 협회 통계에 따르면, 트리를 설치하는 가정의 약 80%가 인조 제품을 선택한다. 국내 사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저렴한 가격, 보관의 편의성, 반복 사용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생목(生木) 트리보다 플라스틱 트리가 선호된다.
문제는 재질이다. 대부분의 인조 트리는 PVC(폴리염화비닐), PE(폴리에틸렌) 등 플라스틱에 철제 프레임이 뒤섞인 복합 재질이다. 여기에 더해지는 장식용 전구와 각종 오너먼트 역시 서로 다른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져, 사실상 분리 배출과 재활용이 불가능한 '복합 폐기물'이다.
"최소 10년은 써야 친환경"... 현실은 '몇 년 쓰고 폐기'
'나무를 베지 않으니 인조 트리가 더 친환경적이지 않나'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영국 카본 트러스트(Carbon Trust) 등 환경 전문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플라스틱 트리가 생목 트리보다 탄소 배출량이 적으려면 최소 7년에서 20년 이상 재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유행에 민감한 소비 트렌드와 보관 공간 부족 등의 이유로 실제 사용 기간은 이에 훨씬 못 미친다. 결국 짧게 쓰고 버려지는 인조 트리는 썩지 않는 쓰레기가 되어 지구를 떠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트리 장식물들은 재활용이 어려운 폐기물로 봐야 한다"며 "여러 플라스틱이 혼합돼 있어 부피가 커 선별이 쉽더라도, 재활용 공정으로 들어가기보다는 소각되거나 매립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통계의 착시... 실질 재활용률은 27% 불과
더 큰 문제는 국내 플라스틱 재활용 체계의 한계다. 환경부는 2021년 기준 국내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73%로 발표했지만, 여기에는 태워서 에너지를 얻는 '열적 재활용'이 포함돼 있다. 유럽연합(EU) 기준처럼 물질 재활용만 따지면 실질 재활용률은 27%에 불과하며, 가정 배출 생활계 폐기물은 16.4%까지 곤두박질친다.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국내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1,193만 톤으로 2010년 대비 2.5배 급증했다. 코로나19 이후 배달 문화와 일회용품 사용이 고착화되면서 플라스틱 산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부천의 현주소, 그리고 '지속가능한 성탄'을 위한 제안
부천 지역 역시 연말 시즌이면 상업시설과 공공기관, 가정에서 배출되는 플라스틱 트리 폐기물이 늘어난다. 대다수 현장은 여전히 관행적인 플라스틱 장식에 의존하고 있다.
녹색환경연합중앙회 관계자는 "이제는 연말 문화를 즐기되 환경 부담을 최소화하는 '책임 있는 소비'를 고민해야 할 때"라며 "한 번 구입한 트리는 10년 이상 사용하거나, 재활용 소재 및 자연물을 활용한 대안 트리를 선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2024년) 11월 부산에서 열린 '제5차 플라스틱 국제협약 정부간협상위원회(INC-5)'에서도 전 세계는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수명주기(Life-cycle) 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따뜻하고 즐거운 연말 분위기는 지켜가되, 지구 환경에 대한 부채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녹색 크리스마스'는 화려한 장식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선택에서 시작된다.